Thursday, January 25, 2018

바울의 부활 이해(장흥길 교수)

🌈바울의 부활 이해 
/ 장흥길 교수 (장로회 신학대학원)

1. 들어가는 말 

사람이 죽으면 그것으로 끝나는가 아니면 죽은 자의 부활이 있는가?

부활이 있다면 그 부활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가 아니면 믿는 자에게만 국한되는가?

죽은 자의 부활은 각 사람에게 일어나는 개인적인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때 동시적으로 일어날 보편적인 것인가?

죽은 자가 부활할 때 영이 부활하는가 몸도 함께 부활하는가?

몸이 부활한다면 현재의 모습 그대로 부활하는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다른 모습으로 부활하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리스도인의 부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부활에 대한 성경의 진술들은 한 곳에 체계적으로 기술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며 어떤 특정한 상황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공동체의 상황과 관련되어 있는 신약성경의 부활 진술을 토대로 통일성이 있는 부활론을 세우기가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활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이해하려하고 가르치려하는 자는 무엇보다도 바울 서신에 언급된 부활 진술들을 조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울이 신약성경에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부활하신 예수의 현현에 대해 말하는 유일한 저자일 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 부활 주제와 관련하여 제기된 여러 문제에 대해 통일성 있는 한 단락(고린도전서 15장)에서 다루기 때문이다. 죽은 자의 부활에 대한 바울의 이해 특징을 살펴보려면 먼저 그 전제와 배경이 되는 바울 이전의 부활 이해를 조사해 보아야 한다. 

2. 죽은 자의 부활에 대한 바울 이전의 이해 

그리스 세계에서 죽은 자의 부활은 때로는 불가능하게 생각되기도 하였고(Homer) 때로는 일상적인 삶에서 드물게 일어나는 이적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Plato). 더구나 철학적인 영혼불멸 사상을 가진 그리스인들에게 역사의 종말시 일어날 일반적인 죽은 자의 부활이란 낯선 것이었다. 또 헬라의 신비주의나 비밀스런 밀의(密儀) 종교는 제의적인 봉헌 행위를 통한 인간의 신성화(神性化)를 추구하였다.

구약성서에서는 죽음의 경계를 너머 언약을 신실하게 지키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하나님과 함께 하는 안전함에 대한 믿음이 나타난다(시 16:10; 73:23; 욥 19:25). 그러나 본래적인 부활 신앙은 상당히 후기의 구약 전승층인 이사야의 묵시에 해당되는 이사야 24-27장에서 비로소 나타나며(사 26:19), "영원히 생명에 이르는" 부활과 "영원한 수치와 부끄러움에 이르는" 부활을 언급하는 다니엘서 12장 2-3절에 분명히 묘사되어 있다.

유대교에서는 경건한 사람이 행한 의로운 행동에 대한 보상 사상이나 또는 각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義) 사상에서 부활 신앙이 지지되기도 하였다. 사두개인들은 거듭남으로서의 부활을 부정하였으며(막 12:18-23), 그 반면에 바리새인들은 부활 신앙을 늘 암송하는 18기도문(Shemoneh Esreh)의 두번째 간구에 반영하였다. 그러나 요세푸스의 유대전쟁사(Ⅱ, 263)와 고대사기(ⅩⅧ, 14)에 의하면 바리새인들은 단지 "의인의 부활"(눅 14:14; 마카비 2서 7:14을 참조)만을 기다렸다. 이들은 예루살렘 멸망 이후에는 "부활을 부인하는 자는 장차 올 세상에 참여하지 못한다"(산헤드린 10:1)는 교리를 결정하였다.

유대의 묵시 문헌에서 죽은 자의 부활은 특히 에디오피아 에녹서나 제4에스라서, 시리아의 바룩 묵시록에 분명하게 증거되어 있으며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메시아의 중간 나라 이전에 일어날 의인의 부활과 세상 종말시 일어날 일반적인 죽은 자의 부활(계 20장을 참조)은 회당에서 주후 3세기 초에야 비로소 구분되었다.

예수는 사두개인들과의 논쟁기사(막 12:18-27)에서 지상에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부활한 자의 삶을 묘사한다.

"부활을 당하여 저희가 살아날 때에 그 중에 누구의 아내가 되리이까?"(막 12:23)과 사두개인의 질문에 예수는 "그들이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날 때에는 장가도 아니 가고 시집도 아니 갈 것이다"(막 12:25)라는 대답으로 부활에 대한 사두개인의 오해를 고치신다. 부활한 자의 생명은 "하늘에 있는 천사와 같다"(막 12:25; 이에 대하여 단 12:3; 시리아의 바룩묵시서 51:10을 참조).

예수에 의하면 마지막 때의 부활은 단지 지상의 삶을 다시 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막 12:24)으로 말미암아 가능하게 된 존재이며 지상에서는 어떤 비슷한 유비도 찾아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존재이다.

이런 바울 이전의 부활 이해에 대한 바울 자신의 부활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3. 바울 이전의 부활 이전에 대한 바울의 입장 

바울의 부활에 대한 생각은 영원에 대한 그리스·헬라 사상과 비교해 볼 때 분명하게 구분이 된다. 바울은 자신의 서신 어디에서도 그리스 철학적인 영혼 불멸 사상에 맞서서 직접적으로 대결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활을 하나님의 창조 행위로 말미암은 죽은 자의 전인(全人)적인 새로운 소생으로 이해하는 바울에게 있어서는 이런 영혼 불멸론은 결코 참된 소망이 될 수 없었다(살전 4:13 참조).

또 바울은 인간의 영이 신성에 나타난다는 헬라 신비주의의 주장에 반대하며, 제의적인 봉헌 행위를 통한 인간의 신성화를 추구하는 밀의 종교의 입장도 거부한다. 바울의 경우 인간 안에 있는 그 어떤 것도 죄에 대한 심판인 죽음으로 말미암은 철저한 생명의 단절을 극복할 수는 없다.

한편 바울은 구약 예언 전승, 특히 묵시전승을 장차 일어날 마지막 때의 사건을 묘사하기 위해서(롬 2:5; 8:18; 고전 1:7; 3:13) 만이 아니라 현재적인 계시를 서술하기 위해서도(롬 1:17f; 갈 3:23) 붙잡는다.

이때 구약·유대적인 묵시전승과 바울의 묘사에서 차이는 사용된 사상적인 틀에 있다기 보다는 현재적인 계시를 예수에게로 돌린다는 사실에 있다. 즉 바울이 경험한 부활하신 예수의 계시는 아직 오지 않은 재림의 때 모든 세상에 계시될, 존귀하신 그리스도를 미리 경험하는 나타냄이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도 바울은 부활 신앙을 그리스도론의 관점에서 증명하며 전개한다. 믿는 자들은 세례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게 되며, 그것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새 생명 가운데 행하는 삶의 기초가 된다(롬 6:4). 그렇기는 하나 부활하여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와 수세자의 동일한 형상은 미래에 비로소 나타날 것이다(롬 6:5. 8).

그러면 바울의 부활 신앙에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특징은 무엇일까? 

4. 바울의 부활 신앙의 특징 

a)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종말시 죽은 자의 부활의 기초와 시작으로 이해한다.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다(고전 15:1-11). 이로써 예수는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고전 15:20)가 되셨다. 즉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죽은 자의 부활이 역사하게 되었다(고전 15:11). 부활을 통해서 예수는 구원자로(빌 3:20), 심판자로(고후 5:10), 주님으로(빌 2:11) 등극하셨다.

이러한 사상은 바울 서신 뿐 아니라 전체 신약성서에서도 나타난다. 예수는 "근본이요 죽은 자들 가운데서 먼저 나신 자"(골 1:18)이며, "많은 형제 중에서 먼저 난 자"(롬 8:29)요, "생명의 주"(행 3:15)요, 죽은 자 가운데서 먼저 다시 산 자(행 26:23)요, "구원의 주"(히 2:10)이시다. 

b) 바울은 부활을 인간 안에 있는 어떤 본성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보지 않고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창조적인 행동으로 이해한다(롬 4:17).

바울에 의하면 부활은 인간 내부에서 유래된 어떤 진화 과정이나 변화 과정이 아니며 이전의 생명을 다시 취하는 것도 아니다. 예수께서 "아버지의 영광으로 말미암아"(롬 6:4) 다시 사신 것처럼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은 "만물을 자기에게 복종케 하실 수 있는 능력으로"(빌 3:21), "그의 영으로 말미암아"(롬 8:11) 죽을 몸을 살리실 것이다.

이때 '영광', '능력', '영'은 죽음을 제압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적인 행동에 대한 완곡한 표현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부활은 바울에 의하면 이 세상 삶으로의 복귀나 이전의 생명의 소생이 아니라 새 생명으로 거듭남이며, 인간 자신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창조적인 행위를 통해 가능하게된 다시 살아남이다. 

c) 바울에 의하면 부활은 단지 영의 부활이 아니라 전인(全人)의 부활을 의미한다.

바울의 인간 이해는 인간을 육체와 영혼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이분법적인 그리스·헬라의 인간론과는 구분된다. 오히려 바울은 구약성서의 사고를 따라서 몸이 없는 생명을 생각할 수 없었으며 인간을 몸과 (혼과) 영을 가진 살아있는 존재로 통전적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바울은 열광적인 '영성'주의자(Pneumatiker)들이 몸의 죽음을 단지 유물(唯物)적인 몸에 관련시키는 반면(고전 15:35 참조) 몸의 죽음을 전체 인간의 종말로 이해하며 "죄에 팔림"으로 규정한다(롬 6:23; 7:14).

역으로 부활은 본질적으로 몸과 영혼의 재결합이 아니라 종말론적인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새 창조이다. 이렇게 마지막 때 다시 살 새로운 존재 양식은 이 땅에서 살던 "육의 몸"(sōma psychikon)이 아니라 세상이 아직 알지 못하는 "영의 몸"(sōma pneumatikon)이다(고전 15:44). 

d) 바울은 죽은 자의 부활을 묵시적으로 그리스도의 재림과 장차 있을 우주적인 세상의 완성과 관련시킨다.

그에 의하면 죽은 자의 부활은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을 너머 하나님의 우주적인 갱신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마지막 나팔에 순식간에 홀연히 모든 것이 변화하고 나팔 소리와 함께 죽은 자들이 부활한다(고전 15:50-52). 이로써 결국 세상의 무상함과 죽음의 권세가 멸절하게 된다. 마지막 때 죽은 자의 부활은 믿는 자들이 몸의 구속을 기다리는 사건일 뿐만이 아니라 함께 고통하며 탄식하는 모든 피조물도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고대하는 우주적인 사건이다(롬 8:18-25).

그러나 유대 묵시적인 미래 기대와 비교해 볼 때 바울은 구원의 현재를 강조한다. 메시아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이미 나타났기 때문이다(고후 6:2). 물론 바울이 주장하는 구원의 현재는 고린도의 '영성'주의자들의 현재적인 구원과 비교해보면 부활이 아직 밖에 있다는 점에서 그것과는 확실하게 구분이 된다(고전 15:22-28; 고후 4:14).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에서 미래적인 하나님 나라와 함께 예수께서 가지고 오시는 현재적인 하나님 나라가 나타나는 것처럼 바울의 부활 선포에서도 그 종말적인 우주적인 차원과 함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새 생명 안에 거하는 현재적인 개인적인 면도 나타난다(롬 6:4; 고후 6:2). 그러므로 바울에게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새 생명 안에서 행하는 삶은 마지막 때 일어날 죽은 자의 부활에 대하여 선취(先取)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e) 이러한 선취적 종말 사상과 관련하여 바울은 믿는 자의 부활 소망을 그들의 삶, 곧 윤리와 관련시킨다.

부활 소망을 가지고 믿는 자는 죄에 대하여 죽고 하나님에 대하여 살아야 하며(롬 6:11), 자신을 하나님께 의의 병기로 드려야 한다(롬 6:13). 또한 마지막 때까지 흔들림이 없이 항상 주의 일에 힘쓰는 자가 되어야 하며(고전 15:58), 현실의 삶이 고달프더라도 서로 위로하고(살전 4:18), 온전히 이루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푯대를 향하여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삶을 향하여 좇아가야 한다(빌 3:10-16). 

f) 바울은 부활을 대체적으로 구원 사건으로 이해한다.

바울 자신은 "모든 사람의 부활"이나 "의로운 자들과 불의한 자들의 부활"(행 24:15), "생명의 부활"이나 "심판의 부활"(요 5:29)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바울은 바리새인들처럼 의인의 부활만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 역시도 죽은 자의 일반적인 부활을 생각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롬 2:5f. 12; 고후 5:10).

마지막 때 세상을 완성하시는 하나님의 창조적인 행동이 전체 인류와 모든 피조물에 관련되어 있다는 암시가 바울에게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롬 8:18-25).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 자신의 진술은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믿는 자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것은 바울이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그리스도인의 부활을 위한 구원 사건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5. 맺는 말 

부활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그때에 하늘 나라에서야 가능할 것이다. 바울 사도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이제는 거울로 보는 것같이 희미하나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이제는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같이 내가 온전히 알기"(고전 13:12) 때문이다.

바울은 예수의 부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가 아니었으나 예수 믿는 자를 핍박하러 떠난 길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났던 부활의 증인이었다(행 9:1-9; 22:3-21; 26:2-23). 바울은 예수의 부활을 자신이 경험한 그리스도 사건으로부터 모든 그리스도인의 부활을 위한 구원 사건으로 이해하였으며, 믿는 자의 부활 소망의 기초로 보았다. 바로 이 부활 소망이 바울의 십자가 신앙과 함께 그로 하여금 죽음을 무릅쓰고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으며 그의 필수적인 신앙 요소이었다.

부활을 증거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없어서 아니 되는 신앙의 요소는 바울의 경우처럼 부활 신앙이다. 이 부활 신앙으로 죄와 싸우고 세상을 이기며 주님께서 다시 오실 그날까지 부활의 소식을 힘차게 전하는 부활의 증인이 참된 그리스도인일 것이다. 

- 주요 참고 문헌 - 

Hoffmann, Paul. Art. Auferstehung Jesu Christi. TRE 4 (1979). 478-513

_________ (Ed.). Zur neutestamentlichen Ueberlieferung von der Auferstehung Jesu (WdF 522). Darmstadt: Wissenschaftliche Buchgesellschaft, 1988. 

Kremer, Jacob. Art. anastasis, anistēmi. EWNT Ⅰ (1980), 210-221. 

Lang, Friedrich. Die Briefe an die Korinther (NTD 7). Goettingen: V. & R., 1986, 241-244. 

Oberlinner, Lorenz. Auferstehung Jesu - Auferstehung der Christen (QD 105). Freiburg i. Br.: Herder, 1986. 

Wilckens, Ulrich. Auferstehung (GTB. S 80). Guetersloh: Guetersloher Verlagshaus, 4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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