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February 22, 2018

인간의 시간과 하나님의 시간(주진혁 목사)

🔵 카이로스와 크로노스

 ‎/ 주진혁목사(한길교회)

헬라어로 시간을 가리키는 단어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카이로스’이고 다른 하나는 ‘크로노스’입니다.

먼저 크로노스는 단순히 인간의 역사 속에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즉 연대기적 시간을 말합니다. 해가 뜨고 지면서 결정되는 시간이며, 지구가 공전과 자전을 하면서 결정되는 시간입니다. 매일 한 번씩 어김없이 낮과 밤이 찾아오고, 매년 한 번씩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찾아오는 시간입니다. 동식물이 생기고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시간입니다.

반면에 카이로스는 기회, 순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카이로스는 놓치면 다시 붙잡을 수 없는 기회의 시간을 말합니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의 모습은 평범하지 않습니다. 앞머리는 길게 기르고 뒷머리는 맨들맨들한 대머리인데다, 어깨와 발목에는 날개가 달려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앞머리가 무성하여 사람들이 잘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카이로스가 지나가면 다시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어깨와 발뒤꿈치에 날개가 달려있는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카이로스, 바로 기회입니다. 한 번 지나간 기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교훈을 줍니다.

또한 카이로스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 나타난 의미 있는 시간, 특정한 시간을 말합니다. 시간은 비록 흘러가지만, 시간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 때에 이 의미 있는 시간을 카이로스라고 부릅니다. 특히 하나님의 활동이 전개되고 그 분의 계획이 실현되는 시간을 가리킵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이 땅에 오심은 그 분의 삶과 죽음, 부활을 통해서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과 섭리가 담긴 카이로스입니다. 이 시간은 과거로 흘러가면서 죽어가는 시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영원토록 생명을 주는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의 사건은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아주 특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됩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주신 새로운 생명을 통해 비록 크로노스의 시간을 살아가지만, 카이로스의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성경의 많은 사람들이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았습니다. 아브라함도, 모세도, 다윗도, 바울도 비록 크로노스의 시간을 살아가지만, 카이로스의 특정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 줄 위에 놓고 내 삶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어떠한 의미 있는 사건들이 있었는지 살펴봅니다. 그냥 인생의 시간 만 지나고 육신은 쇠약해지는 크로노스의 삶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 나타난 의미 있는 시간들이 있었는지, 그러한 시간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봅니다.

세상의 시간인 크로노스에는 끝이 없습니다. 목적 없이 계속해서 흘러만 갑니다. 그러나 카이로스의 시간에는 처음과 마지막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한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정하신 때에 오셨고 또 하나님의 정하신 때에 오실 것입니다. 그것이 카이로스의 완성이면서 영원한 시간의 출발입니다. 우리가 한 번 지나간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잘 알듯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인생의 날수를 잘 계수하여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아주 특별하고 의미있는 시간들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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