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묵상(16)
정용섭201516) 3월7일(토)
<본문읽기>
시 19편
1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2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3 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으며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4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씀이 세상 끝까지 이르도다 하나님이 해를 위하여 하늘에 장막을 베푸셨도다 5 해는 그의 신방에서 나오는 신랑과 같고 그의 길을 달리기 기뻐하는 장사 같아서 6 하늘 이 끝에서 나와서 하늘 저 끝까지 운행함이여 그의 열기에서 피할 자가 없도다 7 여호와의 율법은 완전하여 영혼을 소성시키며 여호와의 증거는 확실하여 우둔한 자를 지혜롭게 하며 8 여호와의 교훈은 정직하여 마음을 기쁘게 하고 여호와의 계명은 순결하여 눈을 밝게 하시도다 9 여호와를 경외하는 도는 정결하여 영원까지 이르고 여호와의 법도 진실하여 다 의로우니 10 금 곧 많은 순금보다 더 사모할 것이며 꿀과 송이꿀보다 더 달도다 11 또 주의 종이 이것으로 경고를 받고 이것을 지킴으로 상이 크니이다 12 자기 허물을 능히 깨달을 자 누구리요 나를 숨은 허물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13 또 주의 종에게 고의로 죄를 짓지 말게 하사 그 죄가 나를 주장하지 못하게 하소서 그리하면 내가 정직하여 큰 죄과에서 벗어나겠나이다 14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속자이신 여호와여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
출 19:16-25
16 셋째 날 아침에 우레와 번개와 빽빽한 구름이 산 위에 있고 나팔 소리가 매우 크게 들리니 진중에 있는 모든 백성이 다 떨더라 17 모세가 하나님을 맞으려고 백성을 거느리고 진에서 나오매 그들이 산 기슭에 서 있는데 18 시내 산에 연기가 자욱하니 여호와께서 불 가운데서 거기 강림하심이라 그 연기가 옹기 가마 연기 같이 떠오르고 온 산이 크게 진동하며 19 나팔 소리가 점점 커질 때에 모세가 말한즉 하나님이 음성으로 대답하시더라 20 여호와께서 시내 산 곧 그 산 꼭대기에 강림하시고 모세를 그리로 부르시니 모세가 올라가매 21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내려가서 백성을 경고하라 백성이 밀고 들어와 나 여호와에게로 와서 보려고 하다가 많이 죽을까 하노라 22 또 여호와에게 가까이 하는 제사장들에게 그 몸을 성결히 하게 하라 나 여호와가 그들을 칠까 하노라 23 모세가 여호와께 아뢰되 주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여 이르시기를 산 주위에 경계를 세워 산을 거룩하게 하라 하셨사온즉 백성이 시내 산에 오르지 못하리이다 24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가라 너는 내려가서 아론과 함께 올라오고 제사장들과 백성에게는 경계를 넘어 나 여호와에게로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 내가 그들을 칠까 하노라 25 모세가 백성에게 내려가서 그들에게 알리니라.
막 9:2-8
2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시고 따로 높은 산에 올라가셨더니 그들 앞에서 변형되사 3 그 옷이 광채가 나며 세상에서 빨래하는 자가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매우 희어졌더라
4 이에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에게 나타나 예수와 더불어 말하거늘 5 베드로가 예수께 고하되 랍비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 하니 6 이는 그들이 몹시 무서워하므로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지 못함이더라
7 마침 구름이 와서 그들을 덮으며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하는지라 8 문득 둘러보니 아무도 보이지 아니하고 오직 예수와 자기들뿐이었더라.
<집중 묵상구절>
막 9:7
마침 구름이 와서 그들을 덮으며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하는지라.
<묵상>
예수의 변형 사건은 세 공관복음에 다 나온다. 초기 기독교에서 이게 잘 알려진 이야기라는 의미다. 당시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예수가 세 명의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올라가셨다고 한다. 세 명의 제자는 베드로, 야고보, 요한이다. 이들은 소위 예수의 수제자들이다. 예수가 체포당하기 직전 겟세마네 동산에 기도하러 갔을 때도 이들 세 명이 동행했다.
예수가 이들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올라간 이유가 무엇인지 본문은 설명하지 않는다. 기도하러 올라갔을 수도 있고, 세 명 제자들에게 특별한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예수는 제자들과, 또는 혼자라도 이렇게 산에 오는 적이 여러 번 있었을 것이다.
산에서 예수의 모습이 변형되었다.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본문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옷이 광채가 났다는 발언을 근거로 추정한다면 빛처럼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그 자리에 엘리야와 모세가 나타났다가 곧 사라진다.
예수의 변형 사건은 예수가 행한 여러 가지 표적이나 기적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 속한다. 환자나 장애인을 고친 적은 많다. 물을 포도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나 오병이어 이야기도 전해진다. 심지어 죽은 이들을 살렸다는 이야기도 복음서에 등장한다.
이런 일들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예수는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를 위해서 이런 일을 행했다. 둘째, 이런 일들은 모두 실제 삶에 필요한 것이었다. 장애가 치료된다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징표였다. 셋째, 이런 표적과 기적은 대부분 공개적으로 여러 사람들 앞에서 행해진 것이다. 요약해서 말하면, 예수는 삶이 왜곡된 이들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치유하는 표적과 기적을 행했다.
이에 반해서 변형 사건은 그 궤를 달리한다.
첫째, 이것은 예수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이다. 공생애 중에 일어난 표적으로서 이런 유는 유일하다. 둘째, 변형 사건은 실제 삶에 별로 필요한 게 아니었다. 예수가 변형 사건 뒤에 먹지 않아도 배부르며, 감기 한번 들리지 않게 된 것은 아니다. 셋째, 변형 사건은 세 명의 제자들 앞에서 일어난 것이다. 비공개 사건이다.
이게 무엇을 말하는가?
내가 보기에 예수 변형 사건은 예수 부활의 전조다.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 이후 세 명의 제자들은 자신들이 예수와 함께 산에 올라갔을 때 경험한 것을 기억해냈을 것이다. 예수가 빛으로 변형된 것처럼 보였다. 역사를 초월해서 엘리야와 모세까지 등장했다. 이런 방식으로 변형되었던 예수가 부활의 예수라는 사실을 증언하려는 것이 아닐는지.
변형 사건의 마지막 장면은 구름 속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이런 장면을 읽는 독자들은 이게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복음서 기자가 말하고 싶은 것도 이 소리의 내용이었다. 부활 이야기도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가리킨다.
하나님의 아들은 바로 하나님과 동일한 영적 권위가 있는 분이다. 묵시사상에 의하면 하나님의 아들은 인자로서 마지막 때 생명의 주권자로 세상을 다스릴 분이다. 그가 바로 예수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인간의 모든 실존을 그대로 안고 세상에 와서 살았다. 세상은 하나님의 아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못해서 예수는 고난을 당해야만 했다. 세상이, 즉 유대교 교권자들과 로마 권력자들이, 그리고 그들에게 선동되는 수많은 민중들이 예수를 거부한 이유는 예수가 자신들의 메시아 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은 모두 자기 나름의 메시아 상을 꿈꾸면 그게 성취되기를 기대한다. 종교인들만이 아니라 세속적으로 사는 모든 이들에게도 그런 기대가 있다. 유대인들은 유대인들 나름으로, 헬라인들은 헬라인 나름으로 삶이 완성되는 기준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기대와 기준에 예수는 적합하지 못했다.
바울의 설명에 따르면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는다.’(고전 1:22).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는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었다(고전 1:23).
사순절을 지내고 있는 우리는 예수에게 어떤 기대를 하는가? 어떤 메시아 상을 갖고 있는가?
구원에 대한, 즉 삶의 완성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내려놓고 예수에게 일어난 일을 그대로 보아야 한다. 그가 만약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우리를 구원하실 터이니 다른 계산을 하지 말고 온전히 그를 믿으면 된다.
본문은 분명히 말한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고.
<기도>
생명의 주님, 우리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습니다. 그만이 우리를 구원하실 분이심을 믿습니다. 부활의 그리스도가 바로 십자가의 그리스도이심도 믿습니다. 예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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