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21, 2018

역대기 족보의 특징

신명기 32:7의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는 말씀은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모압 평지에서 선포한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에 나오는 “역대의 연대”는 일차적으로 창조 이후부터 가나안 입성 직전까지의 구속사를 가리킵니다. 역대기는 “역대의 연대”뿐만 아니라 그 이후부터 바벨론 포로에서 귀환한 세대에 이르기까지의 전 구속사를 제사장적 관점에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역대기는 바벨론 포로 귀환 이후에 이제 어두운 과거가 청산되고 새로운 선민 역사의 시대가 열렸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구약 역사의 마지막 시기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언약의 계승자임을 밝히고 언약하신 대로 오시는 메시아를 대망케 하고 있습니다.

역대기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아담부터 사울 왕까지의 역사(대상 1:1-9:44), 둘째, 다윗 왕의 역사(대상 10:1-29:30), 셋째, 솔로몬 왕의 역사(대하 1:1-9:31), 넷째, 솔로몬 왕의 죽음부터 포로기까지의 역사입니다(대하 10:1-36:23).  

이러한 역대기 가운데 구속사를 압축하여 가장 핵심적으로 기록한 것이, 역대상 1-9장에 기록된 역대기의 족보입니다. 그러므로 역대기의 족보는 구약에 나타난 구속사의 압축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대상 1-9장의 족보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다윗 가문의 계보(대상 1:1-3:24)입니다.

선민 이스라엘의 족보를 아담부터 시작하여 유다 지파를 중심으로 다윗 가문에 이르기까지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윗 왕가의 족보에는 남 유다 왕국을 지나 바벨론 포로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스룹바벨을 비롯하여(대상 3:19), 그 후손 에료에내의 일곱 아들들까지 기록되어 있습니다(대상 3:24).

둘째, 이스라엘 12지파의 계보(대상 4:1-8:40)입니다.

이스라엘 12지파의 원 조상인 야곱의 12아들부터 시작하여 포로 귀환 전까지의 각 지파별 계보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포로 귀환이라는 다소 혼란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성전 중심의 예배 회복이라는 중차대한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 레위 지파의 비중을 높이 두고, 남 유다 왕국을 형성하였던 유다 지파와 베냐민 지파가 상대적으로 강조되어 있습니다. 스불론 지파와 단 지파는 아예 그 기록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셋째, 바벨론 포로 귀환 세대의 지파별 계보(대상 9:1-44)입니다. 

역대상 9:1-9에는 남 유다 백성의 주요 귀환자 명단, 9:10-13에는 귀환한 제사장 명단, 9:14-34에는 귀환한 레위인 명단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느헤미야의 포로 귀환자 명단과 관련되어 있습니다(느 11:3-24). 

이렇게 계보를 기록함에 있어서 주로 제사장과 레위인을 강조한 것은, 선민 국가로서의 회복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일과 하나님 중심의 삶이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1. 구약의 전 역사를 이름으로 압축한 족보입니다.

(1) 구약의 전 역사를 압축하고 있습니다.

‘역대기’는 히브리어 ‘디브레 하야밈’으로, ‘그 시대의 말씀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라틴역 벌게이트 성경은 ‘거룩한 역사 전체의 연대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역대기 족보는 아담부터 통일 왕국과 남 유다를 중심으로 한 분열 왕국 시대의 모든 역사, 그리고 제 2차 바벨론 포로 귀환 이후에 이르기까지 약 3,600년이 넘는 구약 역사의 구속사적 흐름을 이름으로 압축하여 기록하고 있습니다. 역대기 족보는 구약성경 전체 역사의 압축판이면서 나아가 그 역사에 대한 구속사적 해석입니다.

(2) 가장 많은 이름이 등장하는 족보입니다.

역대기 족보는 창세기에 언급된 인물들로부터 바벨론에서 귀환한 세대까지를 대부분 이름만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성경의 족보를 구성하는 핵심이자 기본 요소는 ‘이름’입니다. 이름은 한 사람의 생애와 함께 그 주변 인물과의 관계, 그가 속한 나라의 역사, 그와 맞물린 세계사의 시대적 흐름까지 담고 있습니다.

역대기 족보는 기록된 모든 이름뿐만 아니라 인물의 명수까지도 중요합니다.

역대상 1-9장에 기록된 인명의 수(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 수직적인 기록 형식과 수평적인
기록 형식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족보입니다. 

수직적인 족보는 일반적으로 한 조상에서 어느 한 후손까지 내려가는 형식(하향식), 또는 어느 한 후손에서 한 조상으로 올라가는 형식(상향식)으로 기록된 족보입니다. 역대상 1:1-4은 아담부터 노아의 아들 셈과 함과 야벳까지, 역대상 1:24-27은 셈부터 아브라함까지를 기록한 수직적인 형식(하향식)의 족보입니다. 또한 역대상 6:49-53은 아론부터 시작하여 아히마아스까지 내려오고 있고(하향식), 역대상 6:33-47은 헤만부터 시작하여 레위로 올라가는 수직적인 족보(상향식)입니다.

역대기 족보는 이러한 몇 가지 수직적인 기록 형식 외에는 대부분 수평적인 기록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대기에 나오는 수평적인 기록 형식의 족보로는 야벳 자손의 족보(대상 1:5-7), 함 자손의 족보(대상 1:8-16), 셈 자손의 족보(대상 1:17-23), 이스마엘 자손의 족보(대상 1:29-31), 에서 자손의 족보(대상 1:35-42), 유다 자손의 족보(대상 2:3-8), 다윗의 족보(대상 2:9-17), 다윗의 자손들의 족보(대상 3:1-9), 시므온 자손의 족보(대상 4:24-37), 대제사장과 레위 자손의 족보(대상 6:1-30)가 있습니다.

3. 중간에 공백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구속사의 중단 없는 전진을 보여 주는 족보입니다.

역대기의 족보가 혈통상의 모든 인물을 빠짐없이 기록한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 가운데 수직적인 족보에서 어떤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어떤 부분은 강조하여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없는 상황에서 족보의 단절이 올 뻔한 위기 속에서도 족보를 이어 간 자들이 있습니다(대상 2:33-41). 또한 수평적인 족보에서는 모든 사람을 다 기록한 것이 아니라 구속사에서 필요한 인물들을 선별하여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담부터 시작하여 노아를 거쳐 아브라함과 다윗까지 내려온 족보는 남 유다의 멸망으로 끊어진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포로 귀환자들을 족보에 연결시킴으로써(대상 9장), 하나님의 구속사가 바벨론 포로 생활 중에도 결코 중단되지 않고 지속되었음을 보여 주셨습니다. 

4.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와 연결되는 족보입니다.

히브리어 성경에서는 역대기가 구약성경의 제일 마지막 책입니다. 그러므로 역대기 족보는 신약성경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마태복음 1장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와 연결됩니다. 역대기 족보는 구약 성경에 나타난 구속사를 압축하고 있으며, 마태복음 1장에서는 지금까지 이어 온 구속사(족보)의 주인공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족보를 통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모든 족보는 메시아를 대망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 1장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는 구약과 신약을 연결해주는 단단한 고리요, 구약에서 신약으로 넘어가는 관문이요, 구약의 핵심이요, 신약의 근거가 됩니다.

5. 역대기에는 두 가지 종류의 족보가 있습니다. 

역대기 족보에 나오는 ‘족보’를 뜻하는 히브리어는 주로 ‘야하스’와 ‘톨레도트’가 쓰였습니다. 

(1) 족보를 뜻하는 히브리어 ‘야하스’가 있습니다.

야하스는 ‘족보에 오르다’라는 뜻으로, 이 말은 단순히 그들의 혈통이 확인되고 계수되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선민 이스라엘 백성으로 인정되어 족보에 등재되었음을 나타냅니다. 바벨론 포로 귀환 이후 기록된 에스라-느헤미야, 역대기 족보에서 주로 쓰였습니다. 

① 시므온 지파의 족보입니다.

역대상 4:33 “시므온 자손의 주소가 이러하고 각기 보계(야하스)가 있더라”

② 갓 지파의 족보입니다.

역대상 5:17 “이상은 유다 왕 요담과 이스라엘 왕 여로보암 때에 족보(야하스)에 기록되었더라”

③ 베냐민 지파의 족보입니다.

역대상 7:9 “저희는 다 그 집의 족장이요 큰 용사라 그 자손을 보계대로 계수(야하스)하면 이만 이백인이며”

④ 아셀 지파의 족보입니다.

역대상 7:40 “이는 다 아셀의 자손으로 족장이요 뽑힌 큰 용사요 방백의 두목이라 출전할만한 자를 그 보계(야하스)대로 계수하면 이만 육천인이었더라”

⑤ 모든 이스라엘의 공적 족보입니다.

역대상 9:1 “온 이스라엘이 그 보계(야하스)대로 계수되고 이스라엘 열왕기에 기록되니라 유다가 범죄함을 인하여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갔더니”

⑥ 문지기들의 족보입니다.

역대상 9:22 “택함을 입어 문지기 된 자가 모두 이백 열 둘이니 이는 그 향리에서 그 보계(야하스)대로 계수된 자요 다윗과 선견자 사무엘이 전에 세워서 이 직분을 맡긴 자라”

⑦ 르호보암이 기록된 족보책입니다.

역대하 12:15 “르호보암의 시종 행적은 선지자 스마야와 선견자 잇도의 족보(야하스)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느냐 르호보암과 여로보암 사이에 항상 전쟁이 있으니라”

(2) 족보를 뜻하는 히브리어 ‘톨레도트’가 있습니다.

톨레도트는 ‘낳다’라는 뜻의 ‘얄라드’에서 유래되어, ‘출생, 후손, 족보, 어떤 사건이나 사람의 역사’를 뜻합니다. 톨레도트는 시발점이 되는 한 사람의 조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강조되며, 구속사의 핵심 내용이 선별되어 기록된 족보입니다.

① 이스마엘의 세계(世系)입니다.

역대상 1:29 “이스마엘의 세계(톨레도트)는 이러하니...”

② 잇사갈 지파의 족보입니다.

역대상 7:4 “저희와 함께 한 자는 그 보계(톨레도트)와 종족대로 능히 출전할만한 군대가 삼만 육천인이니...”

③ 베냐민 지파의 족보입니다.

역대상 7:9 “저희는 다 그 집의 족장이요 큰 용사라 그 자손을 보계(톨레도트)대로 계수하면 이만 이백인이며”

④ 예루살렘에 정착한 베냐민 지파 사람의 족보입니다.

역대상 9:9 “또 저의 형제들이라 그 보계(톨레도트)대로 계수하면 구백 오십 륙인이니 다 그 집의 족장 된 자들이더라”

⑤ 헤브론의 족보입니다.

역대상 26:31 “헤브론 자손 중에 여리야가 그 세계(톨레도트)와 종족대로 헤브론 자손의 족장이 되었더라...”

이 외에도 역대기에 톨레도트가 세 번 더 사용되었는데, 문맥상 ‘족보’라는 의미보다 ‘세대’라는 의미가 적합하여 “대대로”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대상 7:2, 8:28, 9:34).

6. ‘온 이스라엘’을 중심한 족보입니다.

역대상 1-9장은 인류의 기원인 아담부터 시작해서 아브라함까지, 아브라함에서 다윗 왕까지, 다윗 왕에서 바벨론 포로 귀환까지의 긴 역사를 거대한 족보로 요약하여 기록하고 있습니다. 모든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선택에 의해 지명된 언약 백성으로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단과 스불론을 제외한 모든 지파의 간략한 족보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온 이스라엘의 역사’를 족보로 대신한 것입니다. 역대상 9:1에는 “온 이스라엘이 그 보계대로 계수되고 이스라엘 열왕기에 기록되니라...”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역대기에는 “온 이스라엘”(히브리어: 콜-이스라엘), “이스라엘 온 회중”, “이스라엘 온 무리”와 같은 말씀이 자주 등장하는데, 무려 52회나 언급되었습니다. 참고로, 열왕기에는 33회, 에스라에 4회, 느헤미야에 3회 언급되었습니다. 

7. 유다 지파와 레위 지파를 중심한 족보입니다.

족보에 기록된 인물이 많다는 것은 그 가문이 구속사적으로 중요한 가문이거나 또는 번성한 가문임을 뜻합니다. 역대기 족보는 이스라엘 12지파를 중심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 다윗 왕이 속한 유다 지파의 족보와 대제사장이 속한 레위 지파의 족보가 핵심입니다. 

유다 지파를 통해서 다윗 왕이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약속의 자손인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유다 지파 자손으로 오셨기 때문입니다(창 49:10, 히 7:14). 역대상 1-3장의 족보는 아담부터 다윗 왕과 솔로몬 왕, 남 유다 왕까지 그리고 포로기와 귀환 이후 약 주전 400년대 초에 살았던 다윗의 후손까지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역대상 4:24-43에는 유다 지파 가운데 거한 시므온 지파에 관해서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편 아브라함부터 다윗의 마지막 후손까지의 인물들은 마태복음 1장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레위(제사장) 지파의 족보는 역대기 족보 구조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역대상 6장은 총 81절로 구성되어, 역대상 1-9장의 족보 가운데 가장 깁니다. 또한 레위인들의 성전 봉사 제도는 다윗 왕이 임종 직전에 체계화한 것으로, 역대상 23-26장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역대상 6장 전체가 레위 가문의 자손들에 대한 기록이고, 9장에도 포로 귀환 이후 예루살렘에 정착한 제사장들(대상 9:10-13), 예루살렘에 정착한 레위 사람들(대상 9:14-16), 예루살렘에 정착한 회막 문지기와 나머지 레위 사람들(대상 9:17-34)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역대기에 나타난 12지파의 족보 가운데서 레위 지파의 족보가 가장 길고 상세하며 또한 두 번이나 반복해 언급되었습니다(대상 23:1-24).

역대기 족보 1-9장의 X자형 구조를 통해 볼 때에도, 역대상 6장의 대제사장과 레위인들의 족보가 12지파 족보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대상 6장 레위 지파의 족보를 중심으로 그 이전에는 5지파(유다, 시므온, 르우벤, 갓, 므낫세 반)의 족보를, 그 이후에는 나머지 6지파(잇사갈, 베냐민, 납달리, 므낫세 반, 에브라임, 아셀)의 족보를 대칭 구조로 소개함으로써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 레위인과 제사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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